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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뷰(China Review)/習近平정권 Watch

시진핑이 설치한 교묘한 함정 -- ​‘역사전(歴史戦)’의 표적은 일본보다는 미국, 대만을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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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이 설치한 교묘한 함정 -- ‘역사전(歴史戦)’의 표적은 일본보다는 미국, 대만을 노려
  

“(미중) 양국 정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중국이 동맹국이었으며 함께 싸워 승리를 거두었음을 되새겼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이 9월 하순 국빈 방문으로 미국에서 거둔 최대 성과는 이 ‘동맹국’이라는 문언 하나로 요약된다.

경제 및 무역 분야의 성과가 미흡했다 하더라도, 중국으로서는 남몰래 미소 지을 만한 결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중국은 중화민국

서두에 언급한 내용은, 미국 백악관이, 9월 25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 결과에 대해 발표한 공식 성과 문서(팩트시트)의 표현이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1939~45년) 당시,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중국 대륙에 세운 중화인민공화국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이 이끌던 중화민국 시절이었다.

게다가 이후 치러진 한국전쟁(1950~53년)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지원군이 한반도에서 미군과 직접 격렬하게 맞붙어, 미중 양측 모두 막대한 희생자를 냈다.

중일전쟁이나 태평양전쟁을 포함한 제2차 세계대전보다도, 한국전쟁에서의 미중 격돌이, 현재에 더 가까운, 엄연한 현대사의 사실이다.
  

↑ 트럼프(오른쪽)와 시진핑이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만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남자는, 묵직한 지성의 아우라나 남자의 향기 등은 찾아볼 수 없는, '이야라시쿠테(嫌らしくて : 섬뜩하고)' 둔중한 기계들이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지 않았는가?


아무튼 주어를 슬그머니 비틀어버린 서두의 저 어색한 표현을 두고, 일본인들은 대개 중국이 주도하는 상투적인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의 맥락으로만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악화된 일・중 관계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9월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식 인삿말에서 트럼프는 미・중 관계를 두고 먼저 “동맹국이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시 주석이 공식 만찬에서 이에 응답하듯 “양국 국민은 일본 군국주의 침략자에 맞서 싸웠다”고 강조했다.

드러난 현상만 보면 평소와 같은 ‘일본 때리기’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놓치는 시각이다. 그야말로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격이다. 익숙해진 ‘일본 때리기’의 뒤편에는 한층 더 거대한 시나리오가 숨겨져 있다.

핵심은 대만 통일 문제에 있다.

“중국은 하나뿐이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 측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그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이는 “신생 국가인 중화인민공화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포함하여 그 이전 중국(중화민국)의 역사를 온전히 승계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현대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이 2026년인 지금에 이르러 트럼프로부터 “미국과 중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동맹국”이라는 확답을 필사적으로 끌어내려 한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빛바랜 과거의 기록을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 주석은 이미 세상을 떠난 장제스를 상대로 과거 역사와 부딪치면서, 현대 국제정치 역학상의 실리 ----'대만은 완전히 중국영토의 일부' ---- 를 트럼프에게서 끌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중화민국을 이끌었던 장제스(蔣介石=우)와 그의 부인 쑹메이링(宋美齢)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은 “트럼프의 미국으로 하여금, 제2차 세계대전을 포함한 과거 중국의 역사를 공산당의 중국이 모두 승계했음을 명확히 인정하게 만들었다”고 자기들 좋을대로 해석하고 있다.

대만 통일을 향한 논리적 포석이 놓여졌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
일본 신형 군국주의 견제'는 곁다리에 불과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과 대치하는 중국 입장에서 ‘과거 일본 군국주의와의 투쟁’이나 ‘신형 군국주의 견제’는 향후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대만 통일이라는 메인 요리에 곁들여지는 고명(양념)에 불과하다.

중국이 ‘역사전(歴史戦)’이라는 교묘한 함정을 판 진짜 상대는 일본이 아니다. 바로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우)과 회담하는 다카이치 총리 (9월 22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

나아가 중국은 이렇게 계산한다. 트럼프가 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온 ‘하나의 중국’을 다시금 인정한 이상, 그다음 단계로 중국의 일부인 대만의 독립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라는 논리이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대만 무기 판매 역시 강력히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역대 미국 행정부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현상 유지’를 도모하는 현실적인 외교 자세를 취해 왔다. 미국 정부의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입장 발표도 이러한 방침을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시신핑 주석은 이 틀을 깨고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바로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라는 새로게 명문화된 입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만 문제를 서슴없이 ‘협상 카드’라 부르는 트럼프에게서라면 이러한 입장을 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첫걸음이 바로 이번 “미・중은 동맹국이었다”라는 트럼프의 발언이었다.

시 주석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신중하게 대만 문제를 다루기를 희망한다”며 공세를 취했다.

“미중은 동맹국이었다”라고 트럼프가 발언하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양측은 사전에 합의했다.
  

백악관에서 열린 시 주석 환영만찬.

그렇다면 시 주석이 판 함정의 진정한 의미를 트럼프 역시 눈치채고는 있었을까?

그 여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는 취재진에게 “대만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시 주석은 내 생각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이미 포석을 깔아둔 시 주석에게 진짜 승부처는, 연내에 두 차례(APEC, G20) 더 남은 것으로 알려진 미중 정상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 주석의 방미 전(全)과정을 준비하는 중국 측 당국이 집요하게 집착한 대목은 ‘대등함’이었다.

교섭 경위를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시 주석의 체면을 위해 대등한 관계를 연출하고자 가장 먼저 확정시킨 것이, 9월 23~25일(2박 3일)이라는 일정이었다.

지난 5월 트럼프의 방중이 격식 높은 국빈 방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짧은 2박 3일로 끝났기 때문이다.

트럼프 방중 당시 방문지가 수도 베이징에 국한되었기에, 시 주석의 방미 역시 방문지가 수도 워싱턴 한 곳으로 제한되었다.

중국 기업인들이 시 주석을 동행하지 않은 이례적 상황

미중 양국이 대등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어긋나는 오점이 단 하나 존재한다.

내로라하는 중국 기업의 총수들이 시 주석의 방미에 단 한 명도 동행하지 않은 이례적인 사태이다.

지난 5월 트럼프의 방중 때에는 미국의 유수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했다. 당초 동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 반도체 거대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트럼프의 설득에 응해 급히 합류한 바 있다.
  
트럼프를 환영하는 베이징 만찬 자리에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 애플의 팀 쿡 CEO(당시) 등도 참석했다.

그 자리에는 중국 스마트폰 거대 기업 샤오미(小米)의 레이쥔 CEO 등 중국 기업인들도 초청되었으며, 레이쥔(雷軍)이 머스크에게 다가가 셀카를 찍는 모습 등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9월 24일 만찬 자리에서는 주요 중국 기업인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시 주석과 트럼프가 위치한 헤드 테이블에는 5월 트럼프 방중 때 동행했던 머스크 등이 앉아 있었음에도 말이다.

중국 시진핑을 환영하는 미국 백악관 만찬에 참석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중앙) (9월 24일).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기업인들 역시 방미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인원은 20~30명 규모로, 5월 트럼프 방중 당시 미국 측 동행단과 비슷한 수준을 상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9월 시 주석의 방미 시점이 다가오자 해당 논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된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 측의 사정 변화였다. 미국 측이 중국 기업인들의 방미를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여기에는 오는 11월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를 겨냥한 트럼프의 정치적 셈법도 작용했다.

정치적 긴장감이 감도는 이 시기에 승승장구하는 중국 기업의 총수들이 미국 정치의 중심지인 백악관에서 활개 치는 듯한 인상이 유포된다면, 선거 전략상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인들이 시 주석을 동행하지 못한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시 주석이 불쾌감을 표시했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중국 측은 미국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 주석은 인내했다. 트럼프가 다른 면에서 시 주석을 배려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미국에 도착했을 때 직접 마중을 나가는 이례적인 환대를 제공한 것이다.

   ↑ ↓ 트럼프와 부인 멜라니아가, 9월 23일(현지 시각),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워싱턴DC 인근 공항)에까지 시진핑과 그의 妻 펑리위안을 영접하러 나갔다.


참고로 지난 5월 트럼프가 방중했을 당시 베이징 공항에서 그를 맞이한 인물은 한정(韓正) 중국 국가부주석이었다.
미국 측이 동등한 수위로 대응하려 했다면 밴스 부통령 등이 적임자였을 것이다.

이번 시 주석의 방미를 두고 구체적인 합의 내용의 부실함을 의전과 의식의 성대함으로 포장하여 덮었다는 비판적인 평가가 미국 측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분명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중국 측 입장에서는, 대만 문제의 진전을 위해 복선을 충분히 깔아두었고, 시 주석의 정치적 체면 또한 어느 정도 세웠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G2라는 한반도 주변・관련국인 두나라가 벌이는 '시바이(芝居 : 연극의 진상)'가 우리에게도 썩 상쾌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씁쓸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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