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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광화문점(店)에 있어 이율배반(二律背反)의 한 풍경(風景)
4월 10일(土) 종로 쪽에 외출하게 됐는데, 간만에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들려 봤다.
좀 예상치 못했던 풍경 한 막(幕)이 눈에 들어 왔다.
문인(文人) 염상섭의 동상이 있는 곳으로부터 교보문구로 들어설 때, 몇걸음만 가면, 긴 테이블이 나열되어 있고 의자도 비치되어 있는 장소가 1곳 있다.
방문객들이 이 자리에 앉아, 누구의 눈치도 안보고, 한 묶음 들고온 책을 느긋하게 읽을 수 있었으니, 이 곳은 필경 '책방 안에 있는 오아시스'와 같은 장소였으리라!
그런데 교보문고 측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독자들에게는 안락했으며 '천혜(天恵)의 요새(要塞)'처럼 보였던 이곳을 사실상 폐쇄해 버렸다. 테이블 위에는 화분이나 물건 등을 올려놓고, 테이블 옆의 의자도 전부 빼버렸다.
신형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독자들이 늘 다닥다닥 붙어 있던 저곳을 그대로 뒀다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은 이제 책방에서 '짓꾸리(じっくり: 느긋하게 편하게 오래)' 책을 읽을 수는 없게 된 것 같다. 서서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리가 아파질 것 같다.
그런데 교보문고 측은 좀 착잡하고 복합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너그러운 마음과 허탈한 마음 사이의 이율배반이다. 아래 자세히 설명한다.
교보문고는 테이블을 설치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편하게 '공짜로' 책을 읽게 해주는 일에 대해서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너그러운 마음이다.
그러나 그러면 책은 언제 파나? 책방이 책을 제대로 팔지 못하면 책방유지가 쉽지는 않을텐데・・・ 그리고 책을 어느정도는 팔아는 줘야 저자(작자, writer)에게도 도리를 다하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이는 교보문고가 안고 있는 고민의 한 단면일 것이다. 사실 교보문고 주변에 우후죽순 자리잡고 있는 '할리스(hollys) 커피점'에서 커피한잔 절약하면, 그값이면 한권 정도 살 수 있는 책은 꽤 많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이전 저 안락한 테이블에서 '종일' 앉아 계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한다. 식사는 어떤 형식으로든지 '지혜롭게' 해결하면서.
어느 문학작품에 나오는 가난한 등장인물처럼, 빵과 책을 놓고 고통스러운 선택을 하는 이야기는 차라리 감동적이기까지 하지만,
요즘 같은 윤택한 시기(코로나 전,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코로나 후)에 서점에 장시간 눌러앉아 궁색을 떠는 것도 보기에 그리 좋지는 않은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고보문고로서는 허탈감이 들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책을 팔아야 책방경영을 해 나갈 수 있는 서점이나, 고생고생하여 책을 써낸 작가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독자들은 좀더 아량있고 품격있는 행동을 하기를 기대받고 있다.
(蛇足) 어느 작가가, 교보문고가 주선해준 '작가와 독자와의 만남'의 자리에 나가 강연도 하고 프리토크도 했었는데, 이 모임에 나온 독자들은 강연만 듣고 책은 안 사 가지고 돌아가더라,고 이야기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독자님들, 좀 넓은 마음으로 작가들을 품어 주세요. 독자들이 없으면 작가는 "노래 못하는 카나리아요, 앙꼬 없는 찐빵이요, 불꺼진 항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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