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사회・한국문화

잔혹한(잔인한) 달 4월을 맞이하며

728x90
반응형

잔혹한(잔인한) 달 4월이에요!

사월의 첫날입니다. 사월을 맞이하는 여러분들의 기분은 어떠하십니까?
4월 7일에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지요? 어쨌든 이 선거는 '잔혹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감(勘)이 있습니다.  

T.S. 엘리엇(Thomas Sterns Eliot)


잔혹한 달이라는 표현은,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T.S. 엘리엇(Thomas Sterns Eliot, 1888~1965)이, 그의 장편시 '황무지'(荒蕪地=The Waste Land, 1922)의 제1절 '사자(死者)의 매장(埋葬)'(The Burial of the Dead)의 모두(冒頭)에 썼던 말입니다.

그 귀절을 한번 영어로 보실까요?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필자가 한번 맘대로 해석을 달아 보겠습니다.

사월은 잔혹한(잔인한) 달,
죽은 땅으로부터 라일락 꽃을 키워 올리고,
추억과 욕망을 섞어 설레이게 하면서,
둔중(鈍重)한 뿌리에 봄비를 내려 활력을 주려 하네.

한국의 학생들에게는 3월에 새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어떨른지 모릅니다만,
구미제국(歐美諸國)과 일본에서는 대개 4월에 신학기가 시작되므로, 확실히 학생들에게는 4월이 잔인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기는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저 엘리엇의 시가 더 실감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日 조치(上智)대학의 4월 풍경

 


물론 새학기가 시작되면 설레이는 마음이 들기도 하겠지만, 이 새학기를 어떻게 준비하여 어떻게 잘 마칠른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더욱이 겨우내 움츠려들었던 몸은 아직 풀리고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요.

엘리엇의 저 시는 분명, 기억에 욕망이 더하여져 의욕적인 새 출발을 하고는 싶지만, 아직은 쉬고 있던 둔중한 몸이 움직이려 들지 않으니 아주 괴로운 시기, 라고 하는 엘리엇의 미묘하고도 복잡한 감성이 그대로 들어있는 시처럼 보입니다.


'황무지'의 무대가 되었던 것은 제1차세계대전 후의 살벌한 유럽의 풍경이었습니다. 아주 삭막하고 절망스러운 풍경이었겠지요.
그러면 이 '황무지'에서 시인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어했을까요? 

아무리 뭘 해도 소용 없을 것이라는 듯한 니체의 허무주의를 말하려고 했을까요? '죽음'으로부터의 부활과 새로운 희망(hope) 같은 것을 이야기하려 했을까요?

필자는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자유'와 '희망(希望)'과 같은 것들이었다고 봅니다. 아무리 '잔혹한' 시대환경 속에 짓눌려 있다 하더라도, 자유와 희망이라는 개념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자유와 희망을 포기하면 시민으로서의 권리(民権)도 사라지고 거기서 끝장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자유롭게 살아가십시다. 그렇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지금 창문을 활짝 열어 젖뜨리면 4월의 바람이 불어들어올 것입니다. 그러면 정원이나 근처의 공원에라도 나가 산책을 한번 해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우선 그렇게 하여 사월을 맞이해 보시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