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악마가 당신의 죽음을 알기 전에)
[스크랩]악마가 당신의 죽음을 알기 30분 전, 천국에 가 있기를 ↓
포스트 상세정보:
출처: 저널로그 / 블로거: harrison
원문: http://blog.donga.com/harrison/archives/1392
2015/01/13 17:47
악마가 당신의 죽음을 알기 30분 전, 천국에 가 있기를
타이틀 –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감독 – 시드니 루멧
출연 –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에단 호크
제작국가 – 미국
개봉 – 2009년
서서이 열리는 ‘지옥의 문’
무미건조한 일상이 아비규환의 지옥과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지옥으로 이끄는 파국이 당신 주변을 서성거리는 것을 꿰뚫어 본 영화
한편이 있습니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영화 제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살얼음 위에 살포시 얹어진 딸기시럽 같은 生. 휘청거리는 욕망의
파도에 한순간 씻겨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작가주의 시선을 고집하는 노장
시드니 루멧 감독(2011년 타계)의 2007년 작품입니다. 이 멋진 제목의 미국
영화는 ‘파멸의 서사’가 바로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외형은 미국 중산층 가정의 어이없는 몰락을 그리고 있지만 돈에 찌들려
사는 이 시대의 모든 이들을 전율하게 합니다. 어두운 골목 마약이 거래되고
느닷없이 총탄이 난무해서 병든 사회가 아닙니다. 돈의 맛에 굶주려 영혼이
피폐해지고 생의 분별력이 거덜날 때 생지옥 아수라장이 됩니다. 돈의 향락,
돈이 베풀어주는 안락은 늘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때 돈줄이 끊기면 급전을
빌어 막아야 합니다. 은행에서 점잖게 대출할 수 없다면 사채 일수 돈이라도
빌려야 합니다. 황망한 나머지 급기야는 만지지 말아야할 돈의 꼬리마저
잡고 맙니다. ‘지옥의 문’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합니다.
“부동산 회계란 게… 어떻게 셈을 해도 정확한 답이 나오는 일이야. 조각을
이어 붙이면 하나의 덩어리가 나오듯이 깔끔하게 맞아떨어져. 그런데
내 인생은 그렇지가 않아. 아무리 더해 붙이려 해도 연결이 안 돼. 제대로
되는 게 없어.”
부동산회사 자금 담당 간부인 앤디(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열연, 2014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46세로 사망)는 회사공금을 조금씩 횡령합니다. 외로운
중년남자는 마약에도 손을 대 지금은 중독 수준. 황폐한 마음을 달랠 길
없을 땐 시시때때로 마약판매상 게이 마담의 아파트로 달려가 마약을 맞고
옵니다. 회사는 공금횡령을 눈치 챘는지 회계 상황을 재점검합니다. 이제
앤디는 구멍 난 회계를 메우기 위해 급전이 필요하게 됩니다.
앤디의 동생 행크(에단 호크)는 철부지 어른. 유약한 심성에 제대로 된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번듯한 가장이 되지 못하자 이혼을 당하고
딸 양육비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처는 양육비 달라고 닦달합니다.
급전이 아쉬운 두 형제에게 ‘악의 꽃’이 피어납니다. 형은 동생을 불러내
부모가 경영하는 보석가게를 털자고 속삭입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동생 앞에서 형은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 게임”이라며 유혹합니다. 앤디는 죄책감 없는 얼굴로 히죽거립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가게에 나가지 않고 여직원 혼자 있을 때 장난감 무기로
위협해 후다닥 보석을 털고 나오면 끝나는 게임이야”
부모는 이미 도난에 대비한 보험을 들어놓았기 때문에 보험사한테
보상받으면 되고, 자신들은 부모 가게를 털어 확보한 보석만 제대로
처분하면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어처구니없는 ‘가족잔혹사’
세상이 자기들 마음대로 굴러갈까요. 형이 기획하고 동생이 행동책을 맡기로
한 범행 시나리오는 시작부터 삐걱거립니다. 행크는 건달 친구에게 강도짓을
부탁합니다. 친구가 가게를 덮쳐 보석을 강탈할 때 예상과 달리 점원 대신
어머니가 가게를 지키고 있습니다. 실제 총을 동원한 서툰 강도짓에 대들다
어머니는 총에 맞아 사경을 헤맵니다. 건달 친구는 현장에서 즉사합니다.
이제 영화는 ‘가족잔혹사’로 본격 진입합니다. “범죄 사실을 까발리겠다”
죽은 건달의 처에게 협박을 당하게 된 행크는 거금이 필요합니다. 사경을
헤매다 돌아가신 어머니 장례식을 태연히 치른 앤디는 완고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와 보석가게 처분을 놓고 대립합니다. 성난 아버지는 미진한 경찰
수사에 불만을 품고 스스로 범인을 찾아 나서려 합니다.
돈도 궁하고 이젠 협박까지 당해 안절부절 못하는 동생. 덜렁이 동생
때문에 서툰 범죄가 경찰에게 꼬리 잡힐 것을 걱정한 앤디는 극도의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이제 스스로 총을 들어 증거를 없애고자 광기의 살인극을
벌입니다.
설상가상, 앤디의 처는 시동생 행크와의 불륜을 고백하며 떠나버립니다.
드디어 두 아들이 이 황당한 패륜 범죄를 저지른 것을 알게 된 아버지.
몹쓸 형제의 음모와 악행을 알게 된 아버지는 분노로 치를 떱니다. 관객을
얽어매는 죽음의 행렬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순식간에 한 집안이
콩가루가 되고 맙니다.
영혼이 황폐해지면 30분 만에 지옥으로
멀쩡한 중산층 보통 사람도 도덕 불감증과 무기력에 빠지면 얼마든지 패륜
범죄에 얼마든지 엉킬 수 있음을 냉정한 시선으로 일러줍니다. 서로 화사하게
미소 짓지만 소통은 멀고 뿔뿔이 흩어진 가족이란 테두리는 허약하기만 합니다.
악마는 단번에 가족을 휘감고 지옥으로 질주합니다. 영화 제작 당시 84세의
루멧 감독은 영화 제목을 아일랜드의 건배사 ‘악마가 당신의 죽음을 알기
30분 전, 천국에 가 있기를 (May you be in heaven half an hour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에서 따 왔습니다. “어차피 지옥에 갈 바엔
찰나라도 천국에 한 번 가보자” 익살과 해학의 속담을 비틀어 타이틀로
삼았습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단 30분. 영혼이 피폐해지면 30분 만에 삶이 지옥으로
바뀐다는 메타포. 두 형제가 빠진 생지옥에 비해 30분전의 어떤 상황도
천국일 것입니다. 과도한 욕망을 억제하지 못할 때 우리 마음속 악마는
언제든지 발호합니다. 내 속의 악마는 물질주의의 현란한 유혹의 정장을
입고 있네요. 한 통속입니다. 진실을 공유하지 못하고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가족. 과연 그들의 피는 물보다 진할까. 돈에 눈이 멀면 가족이란 울타리도
한순간에 멍에로 다가와 내동댕이쳐집니다. 오히려 ‘웬수’가 됩니다.
파멸은 멀리서 오지 않습니다. 내부로부터 저벅저벅 다가오는 파멸의
발자국 소리. 스릴러이자 비극적 코미디 한 편입니다. 참 보기 불편한
영화입니다. 19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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