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의 잠깐 일언(一言)]
'클리프 행어'냐 '클리프 행거'냐
'singer'를 어떻게 발음하느냐를 놓고 '싱어'다 '싱거'다 옥신각신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cliff hanger'도 마찬가지 경우라 생각됩니다만, 이게 그리 간단치 만은 않습니다.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 주연의 절체절명의 액션 영화 'Cliff Hanger'를 일본에서 비디오로 본 적이 있는데, 비디오 표지에는 일본어 표기이긴 했지만 분명 '클리프 행거(クリフㆍハンガー, 1993)'로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물론 ' 클리프 행어[hæŋər] '로 불렸지요. 그렇게 부르는 그럴듯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 이유인즉슨 유성음 n의 다음에 g가 올 때는 그 g음이 약해지거나 그 음가(音価)가 'ㅇ'으로 변한다는 것이었지요.
일단 아주 그럴듯한 주장으로 들립니다. 여기서 유성음(有声音)을 문법적으로 설명하자면 또 복잡해지므로, 그냥 ㄴ ㄹ ㅁ ㅇ 등을 유성음이라 부르는 것으로 해 두십시다.
그러면 이 아주 그럴듯한 주장은 제법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이 주장은 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미국 외교의 거두이자 전(前)국무장관이었던 Henry Kissinger는 어떻게 그 이름을 불러야 하나요? '헨리 키싱어'로 불러야 하겠지요?
그러나 Kissinger를 '키싱어'로 부르는 바보가 어디 있겠습니까? '헨리 키신저'입니다. 그렇다면 저 유성음 운운하는 주장은 불완전한 것이었음이 드러나는 셈입니다.
따라서 '싱어'나 '행어'에 너무 집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아직도 '싱거'나 '행거'로 부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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